애플 매킨토시를 사용해 본 나는, 윈도우 3.1이 돌아가는 펜티엄 586 컴퓨터가 2류처럼 느껴졌다. 매킨토시는 Plug-and-Play(연결과 동시에 활용하기)였지만, 윈도우는 Plug-and-Pray(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기를 기도하기)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불법 복제 덕분에, 한국에서는 윈도우가 일반 사용자들을 거의 점령했다. 학교와 직장은 물론, 관공서까지 모두 윈도우가 깔렸다. 나는 파워 매킨토시 7100을 자랑스럽게 소유한 “맥 유저”(Mac User)였고,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포레스트 검프가 “과일” 회사의 주주가 되었다는 장면의 유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며 뿌듯해했다.
윈도우와 펜티엄 586의 국내 독주는 점점 더 심해졌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전 세계에 퍼져 가던 시점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윈도우에 딸려 나오는 웹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모든 인터넷 환경이 최적화되어 있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안내문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한국 사이트 곳곳에 떠돌았다. 그것도 모자라,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활용되는 액티브엑스(ActiveX) 설치가 금융과 공공 서비스에 강요되는 상황에서, “IT 강국”이라는 (지금이라면 ‘K-인터넷’이라 불렸을 법한) 자화자찬이 나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아이폰의 등장 이후, 이제는 한국에서도 애플 매킨토시 사용자층이 넓어졌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측에서 액티브엑스 지원 중단을 발표하자 한국 정부가 당혹해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나는 시대의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수동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애처로웠다.
시간이 훌쩍 지나, 우리는 이제 AI와 비트코인의 시대에 들어섰다. 세계 정치와 금융의 지형은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여전히 윈도우 3.1과 함께 자란 펜티엄 586 세대의 세계관이 대세임을 목도한다. 1955년의 세계관으로 1990년을 대응하는 것도 말이 안 되거늘, 1990년의 세계관으로 2025년의 변화를 감당하겠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아직도 한국은 역사적 변화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처지에 있단 말인가?
시대의 표적을 분별할 지혜가 있다면 복이다. 그러나 그 지혜를 위협하는 환란은 언제나 함께 오는 법이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