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이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같은 유행성감기의 방역 조치들에 대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과학적 지식이 있다.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상당히 많은 나라들이 어떻게 그러한 과학적 지식과 역행하는 조치를 취했는지 살핀다.
유행성감기는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 했다. 그 원인으로서 우리에게 익숙한 인플루엔자나 코로나 뿐만 아니라 변이까지 따지면 참으로 다양한 원인 바이러스들이 존재한다.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도 건강한 사람들은 대개 증세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며칠 앓고 다시 건강을 찾지만, 취약한 사람들은 심하게 병을 앓고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 바이러스들의 활동이 계절성을 띄기 때문에, 유행철이 되면 일년중 다르 시기에 비해 사망자가 뚜렷이 증가한다.
그러므로 유행성감기 방역 조치들은 공공보건 관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다양한 조치들이 고안되었고, 그러한 조치들의 효과에 대해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 모든 조치들이 동일한 수준으로 연구된 것도 아니며, 모든 조치들에 대해 명백한 답을 얻은 것 또한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축적된 지식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함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왜냐하면 공공보건의 목적은 특정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여러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물론 경제적 문제, 윤리적 문제 까지도 고려하여 사회의 건강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조치를 취할 때 그 조치가 가져올 효과는 물론 부작용 또한 조심히 고려해야 한다.
본 기사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닥치기 직전인 2019년까지 쌓인 방역에 대한 과학적 지식, 그중에서도 비약물적 조치들에 대한 것들을 살핀다. 비약물적 조치란, 백신이나 치료제 같은 약물의 활용이 아닌 것으로서, 다음과 같은 예시가 있다: 손 씻기, 기침 예절, 마스크, 표면 소독, 환기, 가습기, 동선추적, 자가격리, 휴교, 재택근무, 집합금지, 국경심사, 여행제한, 국경봉쇄 등이다.
2019년까지 축적된 비약물적 조치들에 대한 과학적 지식
존스홉킨스 보건안전센터(Johns Hopkins Center for Health Security)에서 2019년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약물적 조치들은 일반적으로 그 효과에 대한 근거가 빈약하다. 어떤 조치를 적용하기 전에 그 조치가 가져올 효과와 부작용을 더욱 조심히 비교해야 할 필요가 여기 있다. 그러기 위해 지금까지 그와 관련되어 축적된 연구 결과들을 살펴야 한다.
비약물적 조치들에 관하여 축적된 지식을 정리하는 시도가 여럿 있었는데,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까지 작성된 것을 중 다음 자료를 여기서는 살피고자 한다:
- 2019년 WHO에서 발간한 보고서
- 2017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보고서
- 2011년 영국 보건복지부 발간 보고서
- 2019년 호주 보건부의 보고서
이들 보고서는 일차적으로 독감(인플루엔자)에 관한 것이지만, 독감과 유사한 질병에도 적용된다.
대유행의 심각도 구분
아래서 살펴볼 보고서들은 대유행의 수준을 가벼운, 심각한, 비상하게 심각한 수준으로 나누는데, 그 기준은 확진자 수만 갖고 논하는 것이 아니라 전파력과 임상 정도를 함께 고려하고 있다:
대유행의 심각도 | 전세계 사망자 수 (어림값) | 예시 |
---|---|---|
가벼운 유행 mild | 100 만명 이상 | 2009 년 대유행 (H1N1 돼지 독감) |
극심한 유행 high | 1000 만명 이상 | 1957 년 대유행 ( H2N2 아시아 독감) 1968 년 대유행 (H3N2 홍콩 독감) |
비상하게 극심한 유행 extraordinary | 1억명 이상 | 1918 년 대유행 (H1N1 스페인 독감) |
이 글을 쓰는 2021년 7월 현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사망자는 4백만명 정도이니까, 위의 분류 상 가벼운 대유행에 해당한다.
이제 각각의 보고서 내용 가운데 일부를 발췌하여 간략히 소개하고, 한국이 (또 대부분의 나라들이) 어떻게 그와 어긋난 정책을 취했는지 보겠다.
2019 WHO 보고서
WHO의 2019년 보고서는 비약물적 조치에 대한 과학적 근거들을 검토한 뒤 권장사항을 다음 세 경우로 나누어 보고하였다:
- 권장: 조치가 가져올 순효과가 부작용보다 크다고 권장위원들이 확신함
- 제한적 권장: 조치가 가져올 순효과가 부작용보다 큰지 권장위원들이 불확실함 (적용한다면 제한적 조건 필요)
- 비권장: 조치가 가져올 순효과 보다 부작용이 크다고 권장위원들이 확신함
방역 조치의 목적
- 방역 조치의 목적은 병의 전염을 늦춤으로써, 비록 전체 감염자 수를 줄이지는 못하더라도, 사회에 끼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함이다.
방역 조치 검토 결과 (일부 발췌 요약)
NPI (비약물적조치) | 권장여부 | 이유 |
---|---|---|
마스크 | 유증상자: 권장 일반인: 제한적 권장 | 사회적 부담과 불확실한 효과로 인해 일반인에 대해서는 극심한 유행에 한해서만 권장할 수 있음 |
동선추적 | 비권장 | 분명한 논리적 근거가 없음 |
유증상자 격리 | 권장 | 아픈 사람의 자택 격리는 간단하고 현실적인 조치로서 수용하기 쉬울 것으로 예상됨. 자택이 아닌 곳에서의 격리는 비현실적인 것으로 예상됨. |
접촉자 격리 | 비권장 | 근거가 약하고 비현실적임 |
단축수업/휴교 | 제한적 권장 | 효과가 부작용 보다 큰지 불확실함. 극심한 유행에 한해 고려할 수 있음. |
대체/교대/재택근무 | 제한적 권장 | 효과가 부작용 보다 큰지 불확실함. 극심한 유행에 한해 고려할 수 있음. 비상하게 심각한 대유행에서만 제한적으로 고려할 수 있음. |
집합금지 | 제한적 권장 | 효과가 부작용 보다 큰지 불확실함. 극심한 유행에 한해 고려할 수 있음. |
입출국장 검사 | 비권장 | 전염 유입을 줄이거나 국내 전파를 연기하는데 전반적으로 비효과적임 |
국내여행제한 | 제한적 권장 | 비상하게 극심한 대유행 초기의 국소적 유행시기에 한시적으로 권장할 수 있음 |
국경차단 | 비권장 | 빈약한 근거, 경제적 비용, 자원 손실, 윤리적 문제로 권장할 수 없음 |
이상의 보고서 내용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증상여부와 상관 없이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였고, 동선추적, 접촉자 격리, 입출국장 검사를 시행하였다. 가벼운 유행임에도 불구하고 휴교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였고, 영업시간을 단축시켰으며, 집합금지 및 종교활동 제한을 시행하였다. 물론 WHO의 권장사항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WHO 역시 자신들의 2019년 보고서와 어긋나는 권장사항을 2020년에 발표하기도 있다. 다만, 2019년 보고서의 권장사항을 따르지 않을 때는 그와 함께 제시된 근거들을 뒤집을 어떤 데이터가 있었느냐가 문제다. 과연 있었는가? 물론 없었다.
2017 미국 CDC 보고서
CDC의 보고서 역시 WHO의 보고서와 같은 방역 목적을 언급한다. 비약물적조치들에 대한 권장 여부를 몇몇 발췌하자면 다음과 같다:
NPI (비약물적조치) | 권장여부 | 비고 |
---|---|---|
유증상자의 무증상 동거인 자택격리 | 제한적 권장 | 극심한 대유행의 경우 (예: 1957년 대유행) 최대 3일간 증상 발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택격리를 고려할 수 있음. |
마스크 | 제한적 권장 | 유증상자의 경우 극심한 대유행기에 인파 밀집 장소에서 고려할 수 있음. 무증상자의 경우 비상하게 극심한 대유행기에 (예: , 특히 백신이 없을 경우, 인파 밀집 장소에서 고려할 수 있음. 의료인이 착용하듯 가정에서 유증상자를 돌볼 때 고려할 수 있음. |
단축수업/휴교 | 제한적 권장 | 극심한 유행에 한해 단기적으로* 고려할 수 있음. 극심한 대유행이 아닐시 효과가 부작용 보다 큰지 불확실함. (*2007년 보고서에서 “단기”를 4주 이하로 규정) |
미국 CDC의 권장사항도 2019 WHO의 권장사항과 대동소이하다. 유증상자의 동거인에 대해서는 증세가 발현되기까지 3일간 자가격리를 권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 그것도 극심한 대유행의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다. 코로나19과 같이 극심하지 않은 대유행의 경우 무증상자의 격리, 마스크, 휴교 등은 권장되지 않는다.
참고로, ‘가벼운 대유행’의 대표적인 예로 등장하는 2009년 대유행 (H1N1 돼지독감) 관련 정보 페이지에 보면 “왜 확진자 수 보고를 중단하였는가?”에 대한 대답이 나온다 (그림 2 참조). 거기 보면, 대유행 발발 초기에는 확진자를 집계하였으나, 유행이 번지고 더 광범위해지면서 확진자 집계는 갈수록 더 비현실적이 되고 유행의 심각도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실제 감염된 사람의 일부만 검사를 받기 때문에 집계를 추적하는 것이 어떤 유익이 있을지 의문이 생기고, 오히려 막대한 사회적 자본 소진이라는 부작용이 늘었다고 또한 말한다. 그래서 CDC는 2009년 7월 24일부로 확진자 집계를 중단하였으나, 입원자와 사망자 집계는 계속하였다.
2011 영국 보건복지부 보고서
영국 보건복지부의 보고서 내용 역시 앞서 본 WHO와 CDC의 보고서의 권장사항과 대동소이하다. 비약물적조치들에 관한 결과를 몇몇 발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NPI (비약물적조치) | 보고사항 |
---|---|
자택격리 | 유증상자 자택격리 권장, 무증상자 권장사항 없음 |
마스크 | 의료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 착용함으로 얻을 사회적 효과에 대해서는 근거가 희박함 |
국경봉쇄 | 비효과적임 |
입출국 검사 | 효과에 대한 근거가 없으며, 대부분 비효과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지며, 자원낭비가 심함 |
집합금지 | 비권장; 유의미한 효과에 대해 근거 희박 |
휴교 | 효과가 부작용보다 크다고 하기 어려움. 비상하게 극심한 대유행 초기에 정보 수집 단계에서 제한적으로 고려할 수 있으나, 대유행이 자리 잡으면 비권장함. |
영국의 보고서에서 다음 언급이 눈에 띄었다: “대유행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는 너무 빠르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전파를 막거나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WHO의 보고서에서 명기한 방역 조치의 목적과 부합한다. 확진자를 없애겠다는 제로-코비드(zero-covid) 같은 정책이 의미 없다는 것이다.
2019 호주 보건부 보고서
호주 보건부의 보고서 내용 역시 지금까지 살핀 WHO, CDC, 그리고 영국 보건복지부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여기서도 몇몇 결과를 발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NPI (비약물적조치) | 보고사항 |
---|---|
마스크 | 비상하게 극심한 대유행시 사용을 개개인이 고려할만함. 효과에 대한 근거는 없음. 경제적 비용 큼. |
입출국 열검사 | 비권장. 비효과적일 것으로 예상. 경제적 비용 큼. (바이러스 진원이 호주일 경우 출국 검사 고려할 수 있음.) |
해외 여행 제한 | 비권장.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 |
휴교 | 일반적으로 비권장. 비상하게 극심한 대유행시 혹은 어린이에게서 높은 전염율이 있을 경우 고려할 수 있음. 부작용이 효과보다 클 것으로 예상. 직접 비용은 보통이나, 간접 비용이 극심함. |
영업제한 | 일반적으로 비권장. 사회적 비용 높음. |
재택근무 | 고려할 수는 있으나 직업에 따라 비현실적일 수 있음. |
집합금지 | 일반적으로 비권장. 비상하게 극심한 대유행시 고려할 수는 있음. |
유증상자 접촉자의 자발적 자택격리 | 초기대응기에 권장. 표적대응기에 고려할 수는 있음. |
기존 지식을 뒤집을 새로운 정보는 2020년에 없었다
앞서 살펴본 보고서들에서 다음의 내용을 일관되게 발견할 수 있었다:
- 비약물적 조치의 목적은 바이러스의 전파를 원천봉쇄하거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파의 가속도를 낮추고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여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낮추는 것이다.
- 대유행의 심각도를 “가벼운”, “극심한”, “비상하게 극심한” 세 가지 정도로 구별할 수 있는데, 이는 확진자 수만이 아닌 임상 정도를 고려한 구분이다. 전세계적으로 극심한 대유행에서는 100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비상하게 극심한 대유행에서는 1억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 가벼운 대유행에서 마스크는 물론 동선추적, 무증상자 격리, 휴교, 영업제한, 집합금지, 입출국장 검사 등은 비권장된다.
이상은 독감과 같은 호흡기 유행병에 대한 비약물적 방역 조치와 관련된 연구를 종합한 결과로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까지 발행된 여러 보고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이상에 비추어 봤을 때, 소위 “K-방역”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방역 지침은 얼마나 과학적이었나?
- 유해의 심각도를 임상을 고려하지 않은 PCR 검사만으로 “확진”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매일 그 통계를 통해 유행의 심각도를 가늠하고 있다.
- 전세계적으로 현재 4백만명의 사망자를 낸 코로나19는 “가벼운 유행”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언론은 임상을 고려하지 않은 확진자 통계를 통해 시민들에게 끊임 없는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
- 가벼운 대유행에서 비권장하는 마스크는 물론 동선추적, 무증상자 격리, 휴교, 영업제한, 집합금지, 입출국장 검사와 같은 활동제한(lockdown)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2019년까지 축적된 지식에 역행하는 조치를 K-방역은 자신들의 차별점으로 여겼다. 차별점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축적된 과학적 지식과 역행하려면 그것을 정당화할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특정 조치의 도입을 주장하는 쪽이 지고 있는 증거제출의무(burden of proof)이다. 내가 아는한 K-방역을 도입하는 쪽에서 그런 증거를 제공한 일이 없다. 오직 “혹시 어떨지 모르니까” 시행하고 보자는 논리만이 있다. 그것은 무지에 호소하는 논리적 오류이다.
그러한 문제는 한국의 것만이 아니다. 수많은 나라들이 유사한 실책을 범하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오로지 한 나라만이 지금까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까지 쌓인 과학적 지식에 기반한 방역정책을 펼쳤는데, 다름아닌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않았으며, 무증상자의 격리나 휴교도 없었다. 벤다비드(Bendavid), 오(Oh), 바타차리야(Bhattacharya), 그리고 이오니디스(Ioannidis)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보다 훨씬 느슨한 방역 정책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웨덴과 한국은 방역정책의 효과면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1]. 돌려 말하자면, 한국보다 훨씬 일상적이고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도 통계적으로 같은 방역 효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 심한 활동제한 조치를 취한 나라들에서는 오히려 방역효과가 떨어졌다.
아래 그림 2와 같은 그래프를 볼 때, K-방역의 지향점이 옳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제언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실책은 인정하고 빨리 돌이킬수록 좋다. 안 그러면 이미 발생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피해가 더욱 커질 뿐이다.
- 임상을 고려하지 않은 PCR 검사만의 확진자 통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집단 PCR 검사도 중단하고 증상자 중심의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 병상포화지수, 중증입원환자수, 사망자수의 집계를 공개하고 이를 중심으로 유행의 심각도를 세심히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가벼운 대유행에 권장되지 않는 모든 활동제한 조치들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지금까지 시행된 여러차례의 과학적 실험에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마스크는 자발적으로 착용하도록 하고 강제 착용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
- 활동제한 정책은 어린이, 노동자, 저소득층의 희생 위에 저위험군 전문직을 보호한다. 활동제한의 정도가 강할수록 방역효과는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1]. 그러므로 활동제한 대신 그레이트배링턴 선언의 내용과 같은 집중보호(focused protection) 정책을 취해야 한다.